항공 여행 정보 단말기들을 찬양하는 대기실 랭킹은 늘 좌석 넓이나 식음료 수준을 기준 삼는다. 무조건 최상위권에 올려놓는 그 특정 동북아 허브 대기실이란 곳도 결국 밀폐된 공간에 불과한데, 사람들은 왜 그걸 간과하는 걸까. 좌석이 넓으면 뭐하나. 축축하게 배어든 기름진 음식 냄새가 수십 시간 동안 옷에 밴 채로 머물러야 한다면 그건 휴식이 아니라 감금 상태다. 값비싼 음식을 차려놓고 공간 자체의 숨통을 틀어막는 구조는 설계의 실패로 봐야 한다.
최근 들어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형 거점 확장에 혈안이 되어 있다. 면적을 넓히고 좌석을 쑥쑥 밀어 넣으면서. 대형화 경쟁의 부산물로 환기 효율은 바닥을 친다. 입구 바로 앞 통로에 앉으면 사람이 쉴 새 없이 오가는 통 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안쪽 구석으로 숨으면 공기가 죽어서인지 퀴퀴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환기 불량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한 중동 기반 시설은 별점 2개를 주겠다. 화려한 장식이나 호화로운 탕비 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이 수십 시간 머물 공간의 기본인 공기가 그 질을 의심케 하니까. 겉포장에 속아 넘어지는 평가 관행을 여기서부터 끊어야 한다.
반면에 공간이 비교적 좁고 처리 인원도 적은 소규모 위탁 시설들이 오히려 점수를 더 받을 만하다. 낡았고 약간은 시큰둥한 서빙을 보여주는 제휴사 라운지들도 공기 순환만큼은 기본기를 지키고 있다. 좌석 간 간격이 꽤 비좁아 보여도, 밖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공간을 제대로 한 번에 교류시켜 주는 느낌은 그 어떤 화려한 대형 시설보다도 낫다. 그 좁은 공간에서 체류하는 두어 시간 동안 옷에 밴 냄새 하나 없이 빠져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 누가 뭐라 해도 본 평가 기준은 공기의 질과 쾌적도를 최우선으로 둔다.
물리적인 면적이나 눈에 보이는 진열품을 두고 점수를 매기는 걸 멈춰야 할 때다. 다들 진열대에 놓인 양주 병의 종류나 수프의 온도만 보고 서열을 매기지만 결국 장시간 체류할수록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건 감각의 피로다. 공기 순환이 막힌 시설을 찾았다면 우습게도 비행기 객실에 들어가는 순간 오히려 환기가 되는 셈이다. 착지하기도 전에 이미 창백해져 있는 걸 보면 랭킹 산정 자체가 철저히 엉터리로 굳어진 게 분명하다. 다음 번 대기실을 고를 때 스퀘어 미터나 식사 품질만 탐하지 말고 평면도부터 꼼꼼히 뜯어보길 권한다. 비싼 이용료나 지위 상징물을 내려놓고 설계의 첫 단추부터 따져야 맞다.